AI FOMO: 생각 고쳐먹기
요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술의 발전을 보고있자면 너무나 신기하고 미래가 기대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불안함과 공포감이 들기도 합니다. 수년간 쌓아온 엔지니어링 능력이 갑자기 그 가치를 잃어가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은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이 불안과 공포, 그리고 지금의 제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위기감의 시작
최근 LLM의 급격한 발전을 지켜보며 전통적(?) 엔지니어로서 묘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코드를 통해 복잡한 알고리즘과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수많은 조건문과 반복문, 데이터 처리 로직으로 원하는 바를 이뤄왔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많은 부분을 LLM에게 적절한 배경 지식과 프롬프트만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우리가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개발했던 기능들이 이제는 적절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단 몇 시간 만에 구현되기도 합니다.
체감으로 다가온 변화
최근 제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저희 팀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사용자를 돕는 시나리오 기반 고객 지원 도구를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초기 계획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저장할 데이터 구조와 사용자 상태를 기반으로 질문의 흐름을 제어할 조건 검사 모듈을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구현을 시작하기도 전에 프로젝트의 방향은 급전환되었습니다. LLM을 통해 혁신을 이뤄낸 여러 케이스들을 보면서 팀 내에서 LLM을 활용한 혁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운영 정책과 사용자 상태만 LLM에 제공하고, 질문의 흐름과 선택지 등은 모두 LLM이 생성하도록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정말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만들어본 프로토타입 버전은 놀랍게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기존 방식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유연한 고객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해야 할 작업의 양과 복잡도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수백 줄의 코드로 구현해야 했던 분기 처리와 상태 관리가 LLM의 맥락 이해 능력으로 대체된 것입니다.
생각 고쳐먹기
이러한 변화는 솔직히 저에게 위기감을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엔지니어링 능력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일까?", "앞으로 엔지니어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도에 대한 흥분도 느꼈습니다. LLM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기존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기능들을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규칙 기반 시스템보다 더 유연하고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 LLM을 활용한 개발은 과거의 머신러닝 모델 활용과는 달리 고수준의 ML 관련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새로운 스킬셋이 필요하지만, 머신러닝에 대한 기반 지식이 부족한 엔지니어들도 충분히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방향
이런 변화를 경험하면서 저는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pathy)의 '소프트웨어 2.0' 개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카파시는 전통적인 방식의 명시적 프로그래밍(소프트웨어 1.0)에서 데이터와 모델로 학습하는 방식의 프로그래밍(소프트웨어 2.0)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견했죠. LLM의 발전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LLM으로 인한 이러한 변화 요구는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빠르게 늘어날 것입니다. 전통적인 코드 작성보다 LLM과의 효과적인 협업 방식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우리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LLM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 엔지니어로서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직접 구현하는 것보다, LLM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그 결과물을 적절히 검증하고 통합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마치며
기술의 변화는 언제나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가져옵니다. LLM의 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지니어로서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지금 이 글 역시 LLM과의 협업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을 두서없이 LLM에게 쏟아낸 뒤, 잘 정리된 글의 형태로 다듬어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작성했습니다. LLM은 불안과 공포의 대상보다는 좋은 동료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기회로 삼아 LLM을 활용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혹시 같은 감정을 느끼셨다면 결국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고쳐먹어 보시는건 어떨까요?